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 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May 29, 2022 12:31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걸까요?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 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May 29, 2022 12:33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리온은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버스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May 29, 2022 12:34AM銭谷 涼風:
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하기도 전에, 방지 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May 29, 2022 12:35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리온은 버스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
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나봐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 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May 29, 2022 12:36AM銭谷 涼風:이건... (왜 들고 있었던 걸까, 기억이 나지 않아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들을 갈무리합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짤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요코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리온은 요코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당신답지 않네요.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리온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마에모리 요코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요코와 조우하게 된 리온,
May 29, 2022 12:39AM銭谷 涼風:
기준치: | 64/32/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제니야 리온, 이성치 3 감소.
May 29, 2022 12:40AM銭谷 涼風:...요코?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리온의 호흡.
그뿐입니다.
리온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요코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요코가 아닌 요코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요코를 닮은 이는 리온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May 29, 2022 12:42AM前森 陽子:안녕, 리온. 오랜만이야.
저 눈, 저 목소리, 저 얼굴.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리온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요코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요코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 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까 준비해 두었던 말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May 29, 2022 12:44AM前森 陽子:...있지, 어딜 가는 중이었어?
May 29, 2022 12:45AM銭谷 涼風:...요코, 요코야? (먼저 질문을 들은 것은 자신임에도, 현재 제 앞에 놓인 상황이 믿기지 않아 멍청하게 질문을 반복할 뿐이었다.)
May 29, 2022 12:48AM前森 陽子:...응, 나야.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너와 눈을 마주한다. 이윽고 잠시 간극, 천천히 입을 떼었다.) 여전하네. 1년이나 지났는데도... ...잘 지냈어?
May 29, 2022 12:50AM銭谷 涼風:...코코. (보고 싶었다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렴, 겨우 보고 싶다는 말로 1년 동안의 그 수많은 감정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잘 지냈냐는 물음에 시선을 떨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고개를 들어 웃어 보였다. 꿈이라고 한대도,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 나야, 여전하지. ...그럭저럭, 잘 지냈어. ...오늘은 어쩐 일이야?
May 29, 2022 12:55AM前森 陽子:(웃는 모습에 안심한 듯 마주 웃었다. 미소 지은 표정에 수없이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다시 만난 것에 대한 기쁨과 안심, 그리고...) 잘 지내서 다행이야. ...나 없이도 잘 살아나가길 바랐으니까. (삼 초.)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너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잠시 빌렸어. 네가 가기로 한 곳까지,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동행할게.
May 29, 2022 1:00AM銭谷 涼風:네가 없이도, 라니. ...그건. (네 미소를 보고 있자면, 꺼끌꺼끌한 모래를 씹어넘기는 기분이었다. 씁쓸함을 담아 겨우 웃음을 유지하면서.) 꽤 잔인한 바람인데. (작은 목소리로, 겨우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럼, 내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하면 너는 떠나는 걸까...
May 29, 2022 1:05AM前森 陽子:(두 눈 천천히 끔뻑였다. 옅게 웃으며 한쪽 머리를 쓸어 넘기곤.) ...그래도, 나는... 네가 잘 살아갔으면 했어. ...여름의 태양빛처럼. 네가 날 비춰주었던 것과 같이, 다른 사람들도 그래주기를. 너무 이기적인 바람이었을까? (간극.) ...글쎄. 쭉 함께 있고 싶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May 29, 2022 1:09AM銭谷 涼風:(제 앞에 나타난 이가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의 잔상이 아니라면, 만약, 진실로 자신이 그리워하던 이라면. 이는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인가. 끝을 마주하고 나서도, 너는 나를 생각하는구나. 마치, 자신이 끝을 맞이한 너를 끝까지 그리고 있는 것처럼.) ...그게 코코, 네 욕심이라면... 그건 결국 내 욕심이기도 해. 있지, 아직도 내 주변에는 네 흔적들이 남아 있어.
May 29, 2022 1:16AM前森 陽子:...응. 계속해서 기억해주고 있었구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소나미의 바닷가는? 여전해? ...계속 보고 싶었어. 너랑 다시 한 번 그 바닷가를 거닐고 싶어서... 기왕 만날거면 거기가 좋았을 텐데.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어디로 향하던 길이야?
May 29, 2022 1:20AM銭谷 涼風:내가...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가능할 리가 없다는 듯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집에 혼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네가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바다는 여전해, 코코. 우리가 좋아하던 여름날의 공기도, 파도도, 바람도. 모든 게... 내가 여전한 것처럼 말이야.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입밖으로 토해내지 못한 울음은 웃음으로 변화했고.) 내가 어딜 가고 있었는지는 몰랐던 모양이구나. ...코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어?
May 29, 2022 1:30AM前森 陽子:...미안, 나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네 얼굴을 쓸어본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네게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어서.) 그렇구나. ...역시,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보고 싶어졌어. ...너와 함께하던 여름이 그립네. (간극.) ...당연히. 오늘이기에 내가 너를 찾아올 수 있었는걸. 다시 너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말은... ...역시 네게 상처만 주게 되는 걸까? (시선은 밑으로 향했다.)
May 29, 2022 1:36AM銭谷 涼風: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코코. 네가 내게 상처를 줄 리가 없잖아. 그저... 나는, 나도... 네가 그리웠을 뿐이니까. (괜찮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겨우, 어떠한 방식이든. 이렇게 겨우 만났는데... 슬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 시간이 아쉬우니까. 한낮의 신기루라고 하더라도, 함께한다는 게 너무도 소중하니까.) 알고, 있었구나. ...오늘은 네 기일이잖아, 코코. 그래서... 나도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오늘만은, 네가 보고 싶어도 괜찮은 날이니까.
May 29, 2022 1:43AM前森 陽子:그렇지만... ...응. (겨우 울음을 삼키고 짧게 대답했다. 아직 울음기가 서려 있는 목소리로 천천히 읊조린다.) ...네 얘기를 해줘. 그동안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 밥은 잘 먹고 다녔는지, 네가 좋아하던 일은 계속했는지도.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옅게 웃고는.) ...그래?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만났네. 한낱 꿈일 뿐이라도, 이렇게 다시 만난 것에 의의를 둬야겠지...
May 29, 2022 1:50AM銭谷 涼風:응, 네가 궁금하다면 말해줄 수 있어. ...나는, 말이지. (어떻게 지냈더라, 잠시 고민하다가 기억이 난 듯 입을 열었다.) 나, 며칠은 좀 쉬었어. 네가 떠난 직후에 말이야. 조금 쉬다가, 그러다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여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은 겨울대로... 집을 크게 정리하기도 하고, 이사를 가야 할까 고민 중이야. 좋아하던 건, 아직도 하고 있지. 노래도... 또, 야구도. (두서없는 말이 하나둘 튀어나온다. 네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웃었다가.) ...이건 결국 꿈인 걸까, 코코? 난... 내가, 널 만나러 갈 시간이 된 줄 알았어. (떨리는 손끝을 뻗어, 내게 닿으려 했다가도 멈칫한다. 이러다가, 끝내 네가 환상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May 29, 2022 2:00AM前森 陽子:...응, 그랬구나. (잠자코 네 이야기를 들었다. 단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네 입에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내가 없는 사계절은, 네게 있어 괴로웠을까.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야. 노래도, 야구도. (간극. 이윽고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목소리는 이전과 다르게 힘이 잔뜩 들어간 채다.) ...아니야. 그건... ...너는 나를 만나러 오면 안 돼, 결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나 진짜 화낼 거야. (이 초. 잠시 기다렸다가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아끌었다. 환상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May 29, 2022 2:06AM銭谷 涼風:...괴로워도, 아니. 괴로울수록,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더욱 그리워지니까. (괴로웠냐는 질문에는 차마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어느 답을 주든, 우리에게 기쁜 답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물기를 머금은 낯으로, 약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내가 알던 코코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너무도 보고 싶지만, 네가 화내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네가 내 곁에 없어도, 더는 이 땅 위에 없어도. 먼 미래에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네게 전해 줄 이야기를 가득 쌓기 위해서라도 나는 오래토록 살아야 하니까. (느껴지는 네 손의 감촉에, 더없이 슬퍼졌다. 아, 신이라는 게 있다면 얼마나 잔인하길래. 이런 한여름날의 꿈을 선사하는지...) ...이 버스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너는 다시 나를 떠날까?
May 29, 2022 2:18AM前森 陽子:죽지 마. (나는 이미 없어져 바닷가로 흩어진 주제에, 이런 말을 네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잠시 생각에 잠긴다.) 역시 싫어. 네가 그러했듯이, 나도... ...네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지내왔던 얘기들을 해줬으면 좋겠어... 몇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평생이라도. (네 손을 끌어당겨 제 얼굴에 가져다 댄다. 창문 밖의 빗소리가 요란하다. 정말, 한 여름날의 꿈 같이...) ...네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한다면. (장시간 뜸을 들이다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May 29, 2022 2:19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코가 손을 뻗어 버스의 벨을 누릅니다.
May 29, 2022 2:20AM前森 陽子:...자, 이제 내리자.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내가 바래다줄게.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 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May 29, 2022 2:22AM銭谷 涼風:내가 가야 할 목적지가, 대체 어디길래... (눈을 내리뜨고 바닥을 한참 바라봤다가,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불안한 표정으로 잠시 네게 시선을 주었고.) ...길을 잃을 수 있을, 곳이야?
May 29, 2022 2:23AM前森 陽子:아마도. (웃으며 손을 이끌었다.) 버스를 갈아타야 해. 걱정하지 마, 나랑 있는 동안은 안전할 테니까.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
이 기둥처럼 세워져 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
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May 29, 2022 2:34AM銭谷 涼風:(잡고 있는 손을 놓치기라도 할까봐, 서로 맞잡은 손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느리게 걸음을 이끌어 벽면을 바라봤다.) ...여긴 어디야, 코코? 내가 가려던 곳이... 이런 곳과 관련이 있던가?
May 29, 2022 2:35AM前森 陽子:... ...응, 맞아. (길게 뜸 들이다가 작게 대답했다.) 곧 버스가 올 테니까, ...잠시 앉아서 기다릴까.
마치 담장을 연상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May 29, 2022 2:37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아래 피어난 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색의 국화.
리온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색 국화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요코가 말을 걸어옵니다.
May 29, 2022 2:38AM前森 陽子:리온, 국화꽃의 꽃말을 알고 있어?
빗소리에 파묻힌 탓일까. 요코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 얕습니다.
May 29, 2022 2:39AM銭谷 涼風:국화꽃의 꽃말... 말이지. (국화는 대체로 선물하기 위한 꽃이 아니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는 듯 고래를 저었다.) ...코코는 알고 있어?
May 29, 2022 2:40AM前森 陽子:(옆에 다가와 피어있는 국화꽃을 매만졌다.) 감사함과 진실함. ...국화꽃은 장미와 같이 색에 따라 꽃말이 조금씩 다르거든.
May 29, 2022 2:41AM銭谷 涼風:그럼, 코코가 말한 꽃말은... 하얀 국화꽃의 꽃말이야? (네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것도 잠시, 그 잠깐의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상대를 바라봤지만.)
May 29, 2022 2:43AM前森 陽子:응, 맞아. 보통 장례식에서 많이 사용하는 꽃이니, 자세한 꽃말을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까. (마주 바라봤다. 옅게 웃었고.)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네.
May 29, 2022 2:43AM銭谷 涼風:
기준치: | 10/5/2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슬퍼보이는 것 같습니다.
May 29, 2022 2:46AM銭谷 涼風:감사함과 진실함, 이라니. ...이런 곳에 있기엔 그닥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국화의 향기를 한 번 맡았다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깐 쉬어갈까? (앉아도 괜찮을지 확인하려 나무 벤치를 쳐다봤다. 관리가 되어 있는 의자일까?)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딱히 관리가 된 것 같지는 않지만, 튼튼해 보이네요.
May 29, 2022 2:48AM前森 陽子:뭐, 전달하는 의미가 중요한 거니까 괜찮을지도. ...응, 그러자. (천천히 벤치로 가서 앉는다. 리온 빤히...)
May 29, 2022 2:50AM銭谷 涼風: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어.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면, 분명 몇 번 정도 오간 길일 텐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눈을 깜빡이며 너를 마주봤다.) 그... 코코는, 지금... ...살아 있을 때와 같은 느낌이야?
May 29, 2022 2:52AM前森 陽子:내가 있으니까, 조금 다른 길로 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 (끔뻑끔뻑... 그냥 보고 싶어서...) ...응? 응. ...사실 잘 모르겠지만, 촉감이라던가, 다 느껴지니까.
May 29, 2022 2:54AM銭谷 涼風:그건... (애초에, 다시 만났을 당시의 당황과 그리움이 몰려왔던 탓에 신경쓰지 않았던 점이지만. 대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게, 꿈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럼 피로도 느낄 수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충분히 쉬었으면 좋겠는데.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더니, 고개를 움직여 표지판을 확인한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약간의 내용은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May 29, 2022 2:58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온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요코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이윽고 옆에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
흰색
: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분홍색
: 정조노란색
: 순정보라색
: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색: 당신을⋯ 합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 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May 29, 2022 3:08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칠이 벗겨진 자국을 통해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
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May 29, 2022 3:09AM前森 陽子:...나 말이야? (끔뻑...) 피로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딱히 피곤하지는 않는데. ...왜? 혹시 피곤해?
May 29, 2022 3:10AM銭谷 涼風:아니, 나는... 이 정도로 피곤할 리가 없잖아. 그냥, 코코가 피곤하다면 쉬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피곤하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해, 하고 웃음기를 머금은 문장을 툭 내뱉었다. 마치, 예전과 같은 대화가 참으로 기꺼워서.) ...있잖아, 코코. 혹시 붉은 국화의 꽃말을 알아?
May 29, 2022 3:12AM前森 陽子:그래? 아직은 버스가 오지 않았으니까. ...올 때까지, 조금 쉬는 건 괜찮겠지. (네 웃음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붉은 국화? (잠시 뜸.) ...글쎄. 다른 건 다 알고 있지만... 붉은색은 잘 모르겠네. 너는?
May 29, 2022 3:15AM銭谷 涼風:(자신도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다는 듯 고래를 천천히 저었다.) 꽃말은 꽤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네. (칠이 벗겨진 글씨에 시선을 한 번 두었다가, 별 일 아니겠지 싶어 고개를 다시 돌렸다. 버스가 오지 않았으니, 네 말에 무언가 생각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코코, 너는... 내가 가야할 곳에 도착하길 바라?
May 29, 2022 3:21AM前森 陽子:국화꽃의 꽃말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고... 나도 잘 몰라. (이어지는 네 말에 긴 침묵을 유지한다. 무엇을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가, 다시 꾹 다문다. 차마 꺼내지 못한 단어들이 입 안을 맴돌고, 너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다.) ...가야지, 가야할 곳이라면.
May 29, 2022 3:23AM銭谷 涼風:하지만...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가면, 너는? (끝끝내 하지 못했던 질문이 결국 목구멍을 넘어 소리를 품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너를 바라보면, 네 표정이 어쩐지 이해할 수 없어 다시금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나는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May 29, 2022 3:27AM前森 陽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긴 침묵과 미소를 유지한다. 시선이 허공으로 향하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분명히. ...나랑 함께 있으니까. 응?
May 29, 2022 3:31AM銭谷 涼風:(침묵에서, 어쩐지 진실의 편린을 마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신기루의 끝은 어떠한 형태로 우리를 맞이할까.) ...위험한 일은, 당연히 없어야지. 하지만... 정말 함께일 수 있는 거야, 코코? 너는...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 제가 몇 번이나 부정하고 또 부정했던 진실을, 다름 아닌 자신의 입으로 토해내려니 거부감이 일었을까. 코끝이 찡해지는 감각에 절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응. 그럼 일단 갈까. ...요코. 마에모리, ...요코.
May 29, 2022 3:35AM前森 陽子:적어도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곁에 있을 거야. 약속할게. 여기서는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 테니까... (뒷말을 왜인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네가, 그리고 나 또한 몇 번이나 부정했던,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 (이윽고 제 이름이 불리자 일순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이 들었다. 요란한 빗소리는 어느새 조용해지고, 네 음절만이 들릴 뿐이었다.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응, 리온.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요코는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리온,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요코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May 29, 2022 3:38AM銭谷 涼風:
기준치: | 10/5/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요코가 커다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처절히 느껴집니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무겁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May 29, 2022 3:39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그러고 보니, 요코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 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요코는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305번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May 29, 2022 3:41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 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리온과 요코, 두 사람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May 29, 2022 3:45AM銭谷 涼風:...코코, 코코는... 어떻게 날 찾아올 수 있었던 거야? (대답할 수 없는 걸까, 그런 마음을 담아 상대를 잠시 바라봤다.)
May 29, 2022 3:48AM前森 陽子:...오늘이 내가 죽은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특별한 능력을 받았거든.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 버스를 잠시 빌린 거야. (옅게 웃었다.)
May 29, 2022 3:49AM銭谷 涼風:(누구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듣는다 한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 수나 있을까. 잠시 시선을 돌려 버스를 빙 살펴보다가.) 코코도, 내 곁을 떠난 동안... ...나를 그리워했어?
May 29, 2022 3:52AM前森 陽子:당연하지. ...그동안 계속 너를 그리워 했으니까, 오늘 너를 만나러 온 거야. ...네가 그리웠어. 안아주던 손길도, 체향도, 이소나미의 바닷가도, 전부... ...그래서, 오늘이야말로 너와 다시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는?
May 29, 2022 3:55AM銭谷 涼風:...죽어서도, 그리움은 남는 거구나. (사후 세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믿어본 적은, 심지어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네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지.) ...나도, 네가 사무치게 그리웠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데, 마치 언제나 네가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네가 알지는 모르게지만, 코코. ...아직도 우리 집은 네가 떠나기 전 그대로야. 네가,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May 29, 2022 3:59AM前森 陽子:응, 그렇더라. ...사실 죽고 나서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는데. 생각나는 건 너 하나밖에 없었어. 네가, 생각나니까... 계속 그리워지고, 보고 싶었어... ...만나러 가지는 못했지만.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간극.) ...응. (목소리에 울음기가 서린다. 미처 지우지 못한 탓에 끝마디가 잘게 떨렸다.) ...보고 싶어, 나중에... 꼭 보여줘. 보러 갈게. 아직 그대로라면. ...내가 계속 거기에 머물렀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작게 중얼거리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
July 08, 2022 11:21PM銭谷 涼風:...보러, 올 수 있는 거야? ...함께? (울음기가 서린 네 목소리에 손을 뻗어 네 눈가를 눌러주려다가, 혹시라도 네가 손에 닿으면 사라지기라도 할까 두려워, 손끝을 거두어 주먹을 쥐었다. 참으로 약한 나 자신이, 한심한 탓에. 정말 웃기지, 아까도 네 손을 놓지 않으려 해놓고서는.) ...보고 싶었어, 코코. 보고, 싶어.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안아도 될까, 요코?
July 08, 2022 11:40PM前森 陽子:... (구태여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확실치 않은 일에 희망을 갖게 만들어 너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내 이기심으로는 함께 보러 가는 것을 택했을 테지만, 눌러오는 손길에 잠시 눈을 감곤.) ... 응, 나도. (손을 뻗어 주먹 쥔 손 살짝 감싸고, 옅게 떨리는 목소리로 마저 말을 잇는다.) 안아줘...
July 08, 2022 11:45PM銭谷 涼風:(돌아오지 않는 답에, 오히려 네가 뱉지 못한 대답이 무엇이었을지 예상이 갔다. 아, 그건 쉽지 않겠구나. 어쩌면, 어렵겠구나. 그런 생각에 슬며시 입꼬리가 내려갔다. 애써 끌어올렸던 입매가 다물어지고, 슬픔이 두 눈에 내려앉으면. ─아니, 지금 생각할 것은 그런 슬픔이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는 것만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코코. 너무나도, 큰... 욕심인 걸까. (제 품에 너를 가두어놓듯 안고서, 놓지 않으려 제 고개를 네 어깨에 묻었다.) ...이대로, 곁에 있어 주면 안 되는 걸까...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요코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리온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 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 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요코뿐인걸요.
마에모리 요코입니다.
요코가 억센 힘으로 리온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 같은 국화 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요코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야속하게도 요코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되고 맙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눈앞에 왈칵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July 08, 2022 11:52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이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아.”
...하고.
...깜빡.
리온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 텐데. 당신은 막연한 슬픔을 느낍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이니까요.
July 08, 2022 11:56PM前森 陽子:깼어?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요코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입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요코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 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July 08, 2022 11:57PM前森 陽子:피곤하면 더 잘래?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요코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생각이 듭니다.
July 08, 2022 11:59PM銭谷 涼風:아까... (뭔가 꿈이라도 꾼 걸까, 불가해한 기억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피곤하다 해도, 이 시간에 언젠가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겨우 잠으로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코코는 괜찮아? 어디 불편한 곳이 있다거나... ...내가 기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무거, 웠을 것 같아서.
July 09, 2022 12:04AM前森 陽子:(두 눈 끔뻑...)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응, 나는 괜찮아. 불편한 곳도 없고... 그렇게 무겁지도 않았는걸. 많이 피곤했던 것 같은데... ...정말 더 쉬지 않아도 돼?
July 09, 2022 12:07AM銭谷 涼風:꿈... ...응, 그랬던 모양이야. 최근에서는 꿈을 꾼 적이 거의 없는데... 코코를 오랜만에 봐서, 긴장이 풀렸나 봐. (어색하게, 또 조금은 낯간지럽다는 듯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정말로. 코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 잊었어? 나, 체력이나 건강을 빼면 시체인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걱정에 고맙다는 듯, 이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July 09, 2022 12:13AM前森 陽子: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하면 바로 말해줘야 해. (같이 옅게 웃어 보였다.) 아, ... 응, 맞아. 그랬지.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당연한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네. 건강하게 잘 지낸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제서야 아까보단 긴장이 풀린 듯이 편한 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고개 끄덕이곤.)
July 09, 2022 12:15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첫 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 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July 09, 2022 12:16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리온은 첫 번째 정류장에서 요코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요코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July 09, 2022 12:17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듭니다.
July 09, 2022 12:22AM銭谷 涼風:...코코, 우리는 지금... 버스를 기다리는 거야? (전광판에서 읽은 내용과, 아까의 기묘했던 기분이 얽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저, 상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버스에, 타야 하는 거야? 그 목적지라는 곳에, 꼭 가야... 하는 걸까...
July 09, 2022 12:28AM前森 陽子:...응. (말이 끝나자 슬픔 담긴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온. 걱정하지 마, 무서워할 것 없으니까.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요코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요코가 리온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누가 상대를 호명하든 상관없었던 걸까요.
그래요.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타고 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July 09, 2022 12:33AM銭谷 涼風:...사실은, 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곁에 있어 주겠다던 네 말을 기억한다. 그러니, 다시 말하자면 목적지에 도착하면 네가 사라지리라는 사실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불안보다도 언제나 중요한 것은─) 요코, 네가 그걸 바란다면... 나도 그걸 바라. 네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나도 원하는 것일 테니까... 대신, 곁에 있어 줄 거잖아? (환하게 웃어 주고는, 발을 움직여 버스에 올라탄다. 너 역시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July 09, 2022 12:40AM前森 陽子:...바보.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힘들게 말을 뱉었다. 환하게 웃는 네 모습과 자신을 배려해 주는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든다.) ... 곁에 있어줄게. 괜찮아. 같이 있을 테니까... 무서워할 거 없어. (이는 당신뿐만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잡고, 마주 천천히 버스에 오른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1017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July 09, 2022 12:42A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어쩐지 흐릿하게 이명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빗소리 탓에 명확한 사고가 서지는 않지만요.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리온과 요코, 두 사람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July 09, 2022 12:44A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리온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훨씬 더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 챕니다.
갓 생명을 피워낸 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보여요.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입니다.
요코가 먼저 창가 좌석에 앉습니다.
세 번째 버스에 탑승한 뒤로 요코는 어쩐지 멍한 상태를 유지하며, 지친 듯, 혹은 침체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같습니다.
July 09, 2022 12:50AM銭谷 涼風:(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 생기를 잃어가는 국화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상대를 바라봤다.) ...코코,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혹시, 어디 몸이 불편한데 참고 있는 거라든지...
July 09, 2022 12:52AM前森 陽子:...응? (창밖으로 시선 두다가 고개 돌려 바라본다.) 아니야, 그냥... ...곧 목적지가 가까워지니까. 몸이 아픈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시선 내리곤. 어쩐지 너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July 09, 2022 12:57AM銭谷 涼風:...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기뻐해야 좋을지, 너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에 슬퍼해야 조을지. 답을 고르지 못하겠어 눈을 질끈 감았다. 금방 웃어 보이더니.) 아프지 않다면 다행이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코코.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더더욱... 천천히 가도, 난 괜찮으니까. ...그렇지? 급하게 갈 필요는 없는 거잖아.
July 09, 2022 1:10AM前森 陽子:(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을 뿐이다.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주먹 쥔 손이 무색하게도 금세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끝까지 함께 있어준다며 큰소리 치긴 했으나 아직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 응, 천천히... 같이 있자. ... 그러고 싶어. ...허락해 줄래?
July 22, 2022 11:13P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좌석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푸른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July 22, 2022 11:15PM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며,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 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책자의 내용을 살핀 직후 리온은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리온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슬펐던 순간,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
어느 순간 그 삶에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요코와의 첫 만남.
단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 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요코와 리온,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 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음.
.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 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리온을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리온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마에모리 요코가 아닌가요.
요코입니다.
그가 억센 힘으로 제니야 리온,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 듯 희뿌옇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달라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요코만이 아니었습니다.
요코와 리온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July 22, 2022 11:21PM :사고의 현장에서, 요코는 리온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요코는 리온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을 살리기 위해…
본인을 희생시켜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입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리온,
July 22, 2022 11:23PM銭谷 涼風:
기준치: | 61/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July 22, 2022 11:23PM :이성치 3 감소.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내립니다.
July 22, 2022 11:24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모든 것이 바닥까지 묵직하게 가라앉고 맙니다.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 또한 함께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떠올립니다.
기억났습니다.
떠올랐습니다.
1년 전의 그날, 요코는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요코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덜컹.
버스가 방지 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고리가 달린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July 22, 2022 11:27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버스 2층이 잠겨져있던 것을 떠올립니다.
July 22, 2022 11:31PM銭谷 涼風:(아, 어찌 이런 것을 잊고 있었던 걸까. 스스로가 너무도 한심스러워, 자신이 너무도 죄스러워 고개를 떨궜다. 좌절감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더 깊이 생각했다간 토악질이 날 것 같아서. 생각을 돌리려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웠다. 창과 요코의 머리 사이에 제 외투로 나름의 베개를 만들어주고서 일어났다. 자신이 깨달아야 할 게, 더 남은 걸까.)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에 아까 얻었던 열쇠를 끼워 넣으면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됩니다.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출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 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
과 책장
,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조사할 수 있습니다.
July 22, 2022 11:37PM銭谷 涼風:(아직은, 생각할 게 너무도 많아 속이 울렁거리는 착각─혹은 실제일지도─이 들지만. ...겨우 걸음을 움직여 책상을 바라본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 하나조차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
July 22, 2022 11:40PM銭谷 涼風:(양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알 듯 말 듯한 문장을 곱씹으며 책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리온이 읽을 수 없는 것들뿐입니다.
검은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히 즐비합니다.
July 22, 2022 11:43P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July 22, 2022 11:44PM銭谷 涼風: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를 한 장 발견할 수 있습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자는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망자가 된다.]
July 22, 2022 11:45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각 정류장에서마다 요코가 리온의 이름을 호명했던 것,
요코의 호명이 있고 난 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July 22, 2022 11:47PM銭谷 涼風:... (실마리가 잡히는 듯한 기분에,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서 침대를 살핀다.)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 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는 ‘제니야 리온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리온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제니야 리온,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리온, 당신입니다.
July 22, 2022 11:49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삐―.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 나옵니다
July 22, 2022 11:49PM銭谷 涼風:
기준치: | 55/27/11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병상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심전도 기록 장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록 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 같은 리온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입니다
July 22, 2022 11:51PM銭谷 涼風:
기준치: | 50/25/10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 기록 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 안고 죽어버린 요코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리온, 당신입니다.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갈라져 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리온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July 22, 2022 11:56PM前森 陽子:일어났어?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요코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버스가 도착합니다.」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이름의 불러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요코였습니다.
리온은 지금까지 요코가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꼭 요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요코.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 있던 자.
바로 리온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한참이 흘러도 요코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이걸로 마지막일 텐데요.
리온은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요코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 기뻐 보입니다.
동시에 슬퍼 보입니다.
한편으로 어딘지 홀가분해 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요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탐사자에게로 기울입니다.
아니 리온에게로
...요코의 어깨가 젖어 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리온에게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요코는 나지막이 입술을 엽니다.
눈물 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July 23, 2022 12:00AM前森 陽子:...좋은 밤이지?
July 23, 2022 12:02AM銭谷 涼風:...응, 코코. 정말이지... 좋은 밤이네. (이제는 모든 것을 알게 된 걸까, 그럼에도 어쩐지 네 표정을 이해할 수 없어 한참 너를 쳐다봤다.)
July 23, 2022 12:03AM前森 陽子:...목적지가 바뀌었어. 처음에 했던 말 기억 나? (옅게 웃었다.)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주겠다고 했잖아.
...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가자. 네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 (말이 끝나자, 우산을 잡지 않은 반대쪽 손을 네게 내밀었다.) 가자.
July 23, 2022 12:05AM銭谷 涼風:...목적지가, 바뀌었다고? (일련의 깨달음을 얻어서 내렸던 결론이, 정답이 아니었나?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내게 손을 내밀면, 저로서는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으니.)
리온이 요코의 내민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차가울까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지금 당신이 집중해야 할 존재는 그저 요코 단 한 사람뿐이니까요.
July 23, 2022 12:09AM前森 陽子:1년 전의 오늘, ...네가 기억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하.) 같이 놀러간 날에... 함께 타고 있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어. 그 사고에서 나는 너를 끌어안고 사망했고, ...너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년째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야.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가는 네 영혼이 삶의 경계를 벗어난 탓에 그런 네 영혼을 노리는 존재가 많아졌고, ...나는 그런 너의 영혼을 안전하게 안식으로 이끌기 위해 신적인 존재와 계약했어. 그래서 지금 함께 있을 수 있는 거고. (맞잡은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그 계약을 통해 너의 영혼을 안전한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지금까지의 버스들이야. 내가 각 정류장에서 네 이름을 불렀던 것도, 다 너를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함이었어.
하지만 이젠 더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돼. ...중간에 우리를 도와준 신이 있어. 그 분 덕분에, 다행히도 너를 다시 삶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거든...
...그 국화. (네가 들고 있는 국화 힐끗 본다.) 그게 네 생명 그 자체야. 갈수록 시들어가던 것도, ...네가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끝은 씁쓸한 웃음.)
자, 곧 이 정류장에 너를 삶으로 돌려보낼 버스가 도착할 거야. 꽃다발을 들고 버스에 오르면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요코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요코에게서 모든 진상을 듣게 된 리온은 숨이 막혀옵니다.
억만 겁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요코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기뻐 보여서였을까요.
July 23, 2022 12:15AM銭谷 涼風:
기준치: | 58/29/11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요코의 어깨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버스가 도착합니다.」
July 23, 2022 12:16AM前森 陽子:이제 네가 내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야.
내 이름을 불러줘, 내 사랑.
이제는 반대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요코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리온.
July 23, 2022 12:22AM銭谷 涼風:...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고민하듯 마른세수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던 이가, 삶으로 돌아간다는 게. ...그를 위해 네가 신과 계약했다는 게. 무엇 하나 현실감이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난... 잘 모르겠어.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네게 피해가 가는 건 없는 거야? 그 계약이라는 것에, 대가는 없었던 거야? ...너는, 내가... 삶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
July 23, 2022 12:27AM前森 陽子:...응, 괜찮아. 나는 그냥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야. 원래부터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들고 있던 우산을 네 쪽으로 기울인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머리카락을 적시기 시작한다.) 너도 마찬가지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고.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간극.) ...응. 돌아갔으면 좋겠어. 돌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해. 돌아가 줘... ...안될까?
July 23, 2022 12:33AM銭谷 涼風:(그저 원래 있던 곳, 그 말에 되려 마음이 콕콕 찔리는 기분이 든다. 원래 있던 곳이라니, 마치. 너와 내가 다시 만나는 것은 섭리를 저버리는 것과 같다는 듯한. ...우리가 '우리'로 묶이는 것을, 부정하는 듯한. 네가 날 위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하지만, 내게... 네가 없는 세상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해 살아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잘 버텨온 줄 알았던 1년은 물거품 같은 시간이었고, 이렇게 너를 마주하고 나니... ...내가, 잘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내가... 너를 두 번이나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슬픔을, 또 자신에 대한 분노를, 자책을, 안타까움을 참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겨우 떨리는 눈가를 접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언제나 자신에게 우선이었던 것은 요코, 상대의 바람이었으나. 지금만큼은 그 마음에 따르기 어려웠다. 반항을, 하고 싶었다.)
July 23, 2022 12:44AM前森 陽子:...나는. (네 말 한마디에 숨이 턱 막혀온다. 젖어들어가는 어깨마저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 너는 태양 같은 사람이니까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짧은 간극.) ... 미안해. 만약 그런 거라고 해도, 난 네가 살아갔으면 좋겠어... (말끝이 살짝 떨린다.) 내 이기심이란 걸 알아. 지금 내 한마디 한마디가 네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지금 네가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해. (우산을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내렸다.) 내 이름만 불러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잖아, 응? 이건 그냥 한낱 꿈이었다고 생각하고, 제발...
July 23, 2022 12:57AM銭谷 涼風:(태양, 바람. 언젠가 그런 것을 제 모토로 삼았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비출 곳이 사라진 태양에게 의미란 있을까? 공기가 없는 곳에, 바람이 분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니, 애당초 바람이라는 것이 공기 없이 불 수나 있었던가.) ...상처, 라고... 엄밀히 말하자면, 있지. 상처를 받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네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 그리고,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너도 분명,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그렇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생을 부여받은 이상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없을 리가 없다. 그 욕망이,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여 자기 파괴에 이르기란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사랑이란 제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었지만, 유일한 기둥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만약, 너를 잃고 오랜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다면. 적어도, 1년이 아니라... 두어 달 정도였다면. 네 바람대로 살아가길 선택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만큼의 시간 동안 그리움이 너무 쌓였어. 살아가면서 쌓이는 그리움과, 죽음을 앞두고 쌓아가던 그리움이 같을 리 없잖아. (후자는 일종의 체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을 감으면 다시 요코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체념. 그리고 좌절.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삶을 살아가기엔, 좌절의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어 줘. 이대로는, 살아간다 하더라도 내겐 고통뿐이야. ...알고 있잖아. (한낱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생생한 꿈인 것을. 자신은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삶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나에게 필요 없습니다.
그게 리온, 당신이 내린 결론이며 판단입니다. 그런가요?
끝까지 요코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리온을 바라보는 내 사랑의 표정은 절망감에 일그러져 있습니다.
절망이라는 한 단어로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망, 슬픔, 애절함,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애정의 형태.
요코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생환 버스의 라이트가 켜지는 일은 없습니다.
차가 우리 둘의 앞에 나타나는 일도 없어요.
나는 버스가 필요 없고, 내 사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요코가 없는 내 삶에 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이 수몰되는 세계에 갇혀 영생을 걷게 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온몸이 닳아 없어질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이제는 내 곁에 요코가 있지 않습니까.
리온. 마지막, 세 번째입니다.
세 번째로 내 이름을 호명한 나의 인도자, 나의 구원, 나의 요코가 웃습니다.
고통스러운 듯, 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웃습니다.
우리는 다시 반대편 정류장으로 되돌아갑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탑니다.
툭. 품에서 떨어진 국화꽃다발이 빗물 속을 나뒹굽니다.
아니, 이제 더는 국화꽃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삐―
그와 동시에 이젠 익숙해진 기계음이 귀를 울립니다.
<탐사자 로스트, KPC 영구 로스트
보너스타임
요코.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요코의 이름을 부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 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버스의 번호는, 0723번.
삶으로의 생환입니다.
버스의 출입구가 열리면 탐사자는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그 위에 승차합니다.
리온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의 문이 닫힙니다.
당신은 급하게 뒷좌석으로 내달립니다.
창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요코와 두 눈을 마주합니다
July 23, 2022 1:08AM前森 陽子:안녕, 사랑했어.
그렇게 속삭이는 요코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리온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이 주체 못 할 슬픔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이제 내게 더는 당신이 없다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앞으로 억겁 같은 하루를 견뎌내야만 하는데…
이 슬픔을 어떻게 씻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넘쳐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번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 겁니다.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겁게 내려간 고개에,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이에요.
국화는, 붉습니다.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붉은 국화예요. 리온.
떠올랐나요?
붉은 국화의 꽃말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그 위에 호흡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요코가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흩어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 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 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요코.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