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담장, 오른쪽 담장으로……. 제니야의 공, 넘어, 갑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제니야 리온의, 끝내기 2점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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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둘의 어느 날, 제니야 리온은 아이돌 생활을 마치고 느지막이 체대에 입학했다. 주변인들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였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과 이제 와서 무얼 하려고 그러느냐는 반응. 특히 후자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호쾌한 웃음을 건넬 뿐이었는데……. 사실, 자신이 한때 하던 생각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운동 선수라고 한다면, 그 꿈을 결정했을 때부터 그 길만을 보고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많거늘 그 길의 끝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줄곧 체육인이 되리라고 예상되던 제가 갑작스럽게 음악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리 말했다. 이제 와서 음악을 하느니, 하던 체육을 이어가는 게 네게 도움이 될 거라고. 어쩌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을지도. 하지만, ‘음악’에 이끌렸던 제 열정을 차마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 원래 미래를 고려하여 일을 벌리는 타입은 아니었던 지라, 그때도 크게 다를 것 없이 행동했다. 무작정 아이돌이 되겠다 다짐하고, 온갖 음악 학원을 전전했다. 그 결과, 어찌저찌 번듯한 아이돌이 되어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갔으나…….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년은 아이돌 생활을 이어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돌이 되어 열정이 가득 담긴 음악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제게 맞는 길은 다른 무엇도 아닌─
체육인의 삶, 다시 말해 야구였다.
어쩌면 운명이라는 것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은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리 동아리 활동을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과연 처음부터 프로를 고집하던 이들과 제 상황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괜히, 모든 걸 포기하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고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릴 적과 달리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동생들은 아직도 학생이고, 자신에게도 책임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으므로, 언제까지 철없이 굴 수도 없었다.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마에모리 요코.
자신의 미래는 자신 하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고민은 길어진다.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이 선택이 옳을지. 고민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떨어진다. 그것이 운명이라고 해도, 미래를 위하여 포기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자면.
“리온, 야구……. 다시 하고 싶은 거잖아?”
고민의 시작도 끝도 결국 요코였다. 거짓이나 비밀을 만드는 일에는 재주가 없는 터라, 항상 하루를 함께하는 요코라면 알아챌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이런 답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긍정하면 기다렸다는 듯, 나긋한 목소리로 제니야 리온의 선택을 응원한다 말해 주었다. 아, 어쩌면 제게 필요한 것은 그저 그 한 문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코라면 언제나 자신을 응원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확신을 갖고 싶어서.
그래서, 확신을 주는 요코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장난스럽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알려준 건 리온이니까, 라고 덧붙이는 모습은. 아, 너는 이미 이다지도 빛나는 사람이 되었구나.
햇빛이 바다를 비추어, 수면이 햇빛을 머금었다. 밤이 되어 해가 주춤하면, 결국 바다가 머금었던 빛과 온기를 공기 중으로 나누는. ……이러니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