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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2023-10-20 02:45

 철썩, 바람이 바다를 들어 파도를 만든다. 곧 여름이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완연한 여름이라 말하기 어려운 탓에 바닷가의 바람은 끈적하면서도 차갑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이조차 더운 바람이 되어버리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나 보다. 아니, 시간이 늦어서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걸까. 수평선 끝을 한참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여느 때처럼 가벼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소담하면서도 편안함이 깃들어 있는 내 집에 도착한다. 아니, 이제는 ‘우리의’ 집이라 표현함이 옳을까.

 사는 곳을 공유하고, 점차 사이를 좁혀가고, 그렇게 내 전부가 되어버린 나의 소중한 사람. 그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피어난다. 마에모리 요코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면, 신기하게도 늘 다른 모습이 뇌리를 가득 채운다.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는 모습, 부끄러워하며 낯을 붉히는 모습, 그러면서도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는 모습, 또……. 이렇게 떠올리면 끝이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만큼, 내가 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기에 과거의 자신이 했던 선택에 감사한다. 그와 가까워지겠다는 선택을 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생활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비록, 시작은 지금과 같은 감정에서 뻗어 나온 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던 날로부터 벌써 25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앞으로 함께하게 될 시간은 분명 함께했던 시간보다 길게 남았을 터고, 어쩌면 영원을 약속하고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가지고 있으니. 그러니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 우리의 시간은 이제 겨우 시작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끝에서마저 함께일 테니.

 “……아, 코코랑 같이 바다 산책이나 할까나. 조금 더 지나면, 날이 더 더워질 것 같으니까…….”

 아니, 사실 이런 건 결국 변명일지도 모르지. 나는 그냥, 지금……. 그냥, 요코와 같은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니까. 내 추억이 불러온 온갖 표정의 요코도 분명 사랑스럽지만, ‘지금’이라는 것은 앞으로도 딱 한 번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