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가장 유명하고도 인기 있는 기념일 중 하루. 거리로 나가면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참 많은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에 손을 잡고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며 마음을 나누는 날. 다만 어떤 이들은 길거리의 불빛이 아닌 집의 불빛으로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와 요코에게는 그랬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분위기 좋은 곳으로 외식을 나가는 것도 좋고, 가볍게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 ‘크리스마스를 누구와 함께 보내는지’일 테니까. 집으로 오는 길에 케이크를 하나 사고, 기념으로 비싼 고기도 샀다. 가족이 아닌 사람─물론, 요코는 내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지만─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처음이라, 조금은 긴장한 채 집으로 향하면,
“……어라, 리온도……. 케이크, 샀구나.”
“그 말은……, 코코도?”
어쩜 이리도 생각하는 게 똑같은지. 우리는 한참이나 서로를 보며 현관 앞에서 웃었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미리 꾸며두었던 집은 언제나와 달리 여기저기 붉고 푸른색으로 가득해, 참으로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현관문에 꽂아두었던 겨우살이가 생각났던 건 왜일까. 지금도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면 문에 걸려 있는 겨우살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러고 보면 이국에는 그런 속설이 있다고들 한다.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를 하면, 그 연인은 행복해진다고 하던가. 속설은 속설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결국 그런 이야기가 유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 ……만약 지금, 여기서 키스하자고 하면 요코는 거부할까? 두 손 가득 들린 음식이나 케이크가 망가진다며, 웃으며 집 안으로 자신을 이끌까? 어느 쪽이든, 거절하더라도 그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요코가 나를 싫어해서 거절하는 건 아닐 거라는 이유 모를 자신이 들었으니까.
바보 같은 자신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가올 수많은 기념일을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했는데. 이제는 그 기념일을 함께하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싫어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마저 가지게 되었다니. 정말, 요코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마법이나 동화처럼 한눈에 반한다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음에도, 분명하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스며들 듯, 소복이 내린 눈이 흙밭에 스며들 듯…….
한 번 흙에 스며든 물은 자의로 걸러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까. 아마, 요코는 어떨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나는 그럴 게 분명하다. 나는 앞으로, 요코가 아닌 다른 이와 함께하는 기념일을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다른 이와 함께하더라도, 내 시선 끝에는 결국 요코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요코, 오늘 거절당해도 다음이 있을 거라 믿어.
“……있지, 코코. 키스, 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