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청혼하라니,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가볍게 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 청혼은 조금 더 준비해서, 계획적으로, 둘만의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거늘. 어쩐지 이렇게 갑작스러운 청혼이나 그런 농담도 시작부터 무계획이었던 우리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닐 거라고 믿지만 혹시라도 코코가 거절하더라도 가볍게 지나가면 그리 곤란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과연 이런 급조된 청혼을 받는 코코도 나처럼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잠깐, 그런데 청혼은 어떻게 하는 거였지? 일순 머릿속이 하얗게 물드는 것만 같다. 원래도 똑똑한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더 바보가 된 기분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청혼, 그러니까……. 결혼을 부탁한다는 것.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혼해 달라는 말과 함께 내 마음을 전하면 되는 게 아닐까.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두 번은 하지 않겠지만. 아니, 그건 아닌가? 제대로 준비해서 청혼할 일은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이 청혼을 받을 사람은 앞으로도 단 한 명뿐일 터다.
“……코코, 아니. 요코. 부족한 나지만,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나랑, 결혼해 줄래? 네게 많은 걸 약속하긴 어렵지만, 이 마음만큼은 변치 않으리라고 약속할게.”
그러니 받아줄래? 변변한 반지는 없지만 우리를 축하해줄 많은 이들이 있고, 하얗고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식장이 있으니까.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지도 몰라. 꽤 자신 있게 뱉은 말이었으나, 어쩐지 다가올 답이 두려워 더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 표정은 어떨까, 코코? 웃어 줬으면 좋겠네.